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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브리핑] 이통3사 알뜰폰에 군침…'대기업 전쟁터' 되나

SBSCNBC 입력 : 2014-05-09 11:14수정 : 2014-05-09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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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형진의 백브리핑 시시각각 - 그건 이렇습니다

<앵커>
'50.5% 수성', '30% 탈환', '20% 목표'

개발연대 시기의 주민 동원령같은 구호들처럼 보이지만, 최첨단 산업의 하나인 대기업 계열의 이동통신 3사가 지상최대 과제처럼 내건 비즈니스 목표입니다.

이 와중에 미래창조과학부 등 정부는 이동통신재판매 사업을 법으로 규정하고, 싼값에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알뜰폰' 사업자를 허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싼 가격 덕택인지 시장반응도 좋답니다. 더구나 이름에 걸맞게 알뜰폰 사업자는 대부분 중소 중견기업들이 도맡아 하고 있다는데요.

이 와중에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저마다 알뜰폰 진출을 선언하고 나섰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한겨레신문 산업팀 보직부장을 제외하고 20년 이상 통신업계를 출입한 김재섭 기자와 얘기 좀 나눠보죠.

김재섭 기자, 알뜰폰이 뭡니까? 이동통신 서비스를 하려면 통신허가부터 주파수경매, 통신장비까지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가는 거 아닌가요?

<기자>
네, 말씀하신대로 통신은 장치산업이라 초기에 엄청난 투자가 필요한데요.

알뜰폰이란, 한마디로 에스케이텔레콤, 케이티, 엘지유플러스 같은 기존 이동통신 사업자의 통신망을 빌려 제공하는 이동통신 서비스를 말합니다.

원래 이름은 MVNO, 우리말로 하면 가상이동통신망 서비스인데요, 이름도 어렵고, 요금이 싸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별도로 알뜰폰이라는 이름을 지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기존 이동통신사와 똑같은 통신망을 쓰니까 통화품질도 똑같고, 번호이동제가 알뜰폰에도 적용돼 전화번호도 기존 것을 그대로 쓸 수 있습니다.

알뜰폰은 마케팅 비용을 빼고는 이런 초기 투자비가 들지 않기 때문에 요금을 싸게 하는 게 가능합니다.

<앵커>
그러니까, 예를들어 CJ헬로비전이 내놓은 알뜰폰을 쓴다고 해도, 이동통신망은 KT이기 때문에 통신품질은 최상급이다. 뭐 이런 얘긴 거죠?

<기자>
그렇죠.

<앵커>
그런데 이해가 안가는 것이 어떻게 똑같은 이동통신망을 쓰는데, 이통사보다 싼 요금제가 가능한 겁니까?

<기자>
통신망을 도매가격으로 사오기 때문에, 요금을 싸게 하는 게 가능합니다.

여기서 도매가격이란, 통신망 네트워크를 대량으로 사는 가격을 말하는데요, 사실상 원가로 받는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배추로 치면 가락동 도매시장에서 차떼기로 경매로 받는 가격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래창조과학부가 기존 이통3사의 독과점을 깨기 위해 알뜰폰 시장을 키우는 정책을 펴고 있는데, 이 때문에 도매가격 산정이 알뜰폰 사업자한테 유리한 쪽으로 산정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이통사들이 왜 자기 가입자를 빼가는 알뜰폰 사업자한테 통신망을 빌려주냐는 의문이 생길 수 있는데, 현행법상 이통3사는 알뜰폰 사업자가 통신망 임대를 요청하면 의무적으로 빌려주게 돼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런 구조때문에 품질에 차이가 없으면서도 알뜰폰 요금이 싼 거군요.

김기자 얘기를 들어보니까 정부가 알뜰폰을 정책적으로 밀어주는 이유는 알겠는데, 도매제공 의무사업자인 SK텔레콤이나 KT, LG유플러스는 왜 이 시장에 뛰어드는 겁니까?

가뜩이나 경쟁사와의 출혈 경쟁 때문에 힘든 상태인데, 더 싼 시장에 왜 들어오는 거랍니까?

<기자>
현재 알뜰폰 시장에는 에스케이텔레콤이 자회사 에스케이텔링크를 통해 들어와있구요, 여기서 재미를 보니까 엘지유플러스와 케이티도 들어오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이통사가 알뜰폰 사업을 하는 경우도 꽤 있는데 우리나라와는 사정이 다릅니다. 외국은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수단으로 이통사들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합니다.

소비자 쪽에서 보면, 이동통신 문턱이 낮아져 누구나 쓸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저가 선불카드 시장에 진출하는 게 대표적입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이통사들의 알뜰폰 시장 진출이 시장점유율의 확대 내지 유지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현재 이동통신 가입자가 5400여만명으로 인구보다도 몇백만명 더 많습니다.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을 때, 알뜰폰 자회사를 앞세우는 이점도 있습니다. 예전에 재벌그룹이 건설사를 2개 운영하면서, 담합이나 부실공사로 한 곳의 수주 자격이 없어지면 다른 회사를 앞세웠던 것과 같은 전략을 쓰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이통3사의 독과점을 깨기 위해 알뜰폰 시장을 키운 정책 취지에 맞지 않고, 이통업체의 시장지배력이 알뜰폰 시장으로 전이된다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앵커>
일각에선 이동통신사, 특히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같은 경우에는 규제시장의 특성상, 미래부 등 규제기관의 입김 때문에 알뜰폰 시장에 울며겨자 먹기로 들어온다는 얘기도 있던데요.

이런 얘기들 어떻게 생각하세요?

<기자>
저는 처음 듣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설득력이 없다고 봅니다. 만약 그렇다면, 요즘 분위기에서 바로 발을 빼는게 맞는데 그러긴 커녕 다들 들어온다고 하니까요.

<앵커>
알겠습니다. 기존 이통사의 알뜰폰 진출이 정부측과 밀월 관계에서 진행된 것 아니냐는 질문이었는데, 너무 앞서 나갔나 보네요. 

질문의 방향을 좀 달리해보죠.

중소 중견기업이 운영하는 알뜰폰 사업자들을 좀 만나보셨을텐데, 이통사가 알뜰폰 시장에 뛰어드는 것에 대해 뭐라고 하던가요?

<기자>
다들 반대하고 있습니다.

알뜰폰 사업자 단체로 알뜰통신사업자협회라는 곳이 있는데요,

얼마전 이 단체가 기자회견을 열어 이통사들이 자회사를 통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는 것에 반대한다면서, 이미 들어와 있는 에스케이텔레콤도 철수하라고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자회사 에스케이텔링크를 앞세워서 알뜰폰 시장에 발을 들여놨는데요, 알뜰폰 사업자 28개 가운데서, 씨제이헬로비전에 이어 시장점유율 2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앵커>
'알뜰폰 점유율을 10%까지 끌어올려 제4의 이동통신사처럼 키우겠다'는 미래창조과학부 공무원들은 이통사들의 알뜰폰 진입에 어떤 입장을 보이고 있나요?

<기자>
미래부 고민이 큰데요. 막자니 이미 들어와 있는 에스케이텔레콤이 걸리고, 허용하자니 이통3사의 독과점을 깨기 위해 알뜰폰 시장을 키운 정책 취지가 훼손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지금 모습은, 정부가 이통3사 시장독과점 깨겠다고 알뜰폰 시장이란 멍석을 깔았더니, 이통사가 먼저 요지에 좌판을 깔고 있는 꼴이거든요.

미래부의 더 큰 고민은, 이통사들이 자회사를 통해 들어오겠다고 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현행 법상 알뜰폰은 자격을 갖추고 신고만 하면 누구나 할 수 있거든요.

여기에 최근 참여연대와 경제민주화실현네트워크 같은 시민단체들이 이통3사의 자회사를 통한 알뜰폰 시장 진출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나서서 정부 고민을 키우고 있습니다.

에스케이텔레콤이 알아서 철수해주면 좋겠지만, 에스케이텔레콤 쪽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이러다 보니 엘지유플러스와 케이티도 들어오겠다며 채비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앵커>
이제 정리를 해보죠.

지금 상황에선 알뜰폰을 힘들게 키워놓은 중소·중견 기업 기반의 알뜰폰은 경쟁력을 순식간에 잃어버린다고 보면 되는 거겠죠?

<기자>
알뜰폰 사업자는 자본력이나 마케팅 능력, 유통망 등에서 이통사와 경쟁이 안됩니다. 겉모습만 보면 말 그대로 다윗과 골리앗 싸움과 다름없습니다.

이렇게 가면 이통3사 독과점은 그대로 유지돼, 정부 정책은 실패로 끝나고, 소비자 권익은 별로 나아질 게 없게 됩니다.

<앵커>
오랫동안 통신업계 출입한 취재기자 입장에서 알뜰폰에 대한 대기업 이통사 진출 문제, '상생'이라는 단어로 풀어야 한다고 보세요?

<기자>
이통사의 알뜰폰 시장 진출 문제는 상생을 논하기에 앞서, 상도의에 맞지 않는다고 봅니다.

이동통신 시장의 발전, 경쟁활성화를 통한 통신 소비자 권익 향상, 요금 인하 경쟁 내지 ICT 기술 및 서비스 경쟁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도 이통사의 알뜰폰 시장 진출은 막아야 한다고 봅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알뜰폰 문제에 대해 SK텔레콤같은 기존 이통3사의 얘기도 들어봤으면 좋겠네요.

김재섭 기자 오늘 얘기 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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