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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기자 취재파일] '허점투성이' 도서정가제, 제2의 단통법 될라

이한라 기자 입력 : 2014-10-29 11:18수정 : 2014-10-29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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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경의 민생경제 시시각각

<앵커>
책 읽기 좋은 계절입니다.

그런데 요즘, 서점가가 꽤 시끄럽다고 합니다.

다음달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도서정가제 때문인데요.

시작도 하기 전부터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고 합니다.

왜 그런지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한 얘기 좀 들어보죠.

이한라 기자, 먼저 정확한 내용부터 짚어보죠.

도서정가제, 정확히 어떤 제도이고, 뭐가  달라진다는 거죠?

<기자>
네, 서점들이 출판사가 정한 책 가격보다 싸게 팔 수 없도록, 말 그대로 책을 정가에 판매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통상적으로 18개월 미만인 책을 신간이라고 하고, 18개월이 지난 책은 구간이라고 하는데요.

지금의 도서정가제는 신간에 대해서만 19% 할인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18개월이 지난 책은 할인율을 맘대로 정해 팔 수 있다는 말이죠.

하지만 다음달 21일부터는 신간은 물론 구간도 15% 이상 할인할 수가 없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럼 지금까지 흔히 볼수 있었던 반값도서, 무한 할인 같은 할인 판매를 못한다는 얘기죠?

<기자>
네, 말씀처럼 기존에는 구간 도서가 할인 제한을 받지 않아 헐값에 팔리는 일이 적지 않았습니다.

특히 오픈마켓 등 온라인 서점에서는 반값, 75% 할인 등 믿을 수 없는 가격에 팔리는 일이 허다했는데요.

그러다보니 할인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책 값이 널뛰기를 했고, 중소 출판사나 동네서점은 설 자리를 잃게 됐습니다.
                              
결국 정부가 나서서 '이 이상 할인은 안된다' 라고 할인 가이드라인을 정하게 된 것입니다.

<앵커>
이 기자 말대로 라면 좋은 취지인데, 왜 논란이 되고 있는 겁니까?

<기자>
네,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부분 인정하면서도 할인율 상한선을 정했다는 점에서 갑론을박이 뜨겁습니다.

개정된 15% 할인 제한에는 현금할인 10%와 마일리지 등 각종 경제적 이익 5%가 더해졌는데요.

일반 중소 서점들은 온라인 서점 무료배송과 카드사 제휴할인이 있는 이상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요.
                                    
또 출판사들이 동네 서점보다 대형서점에 책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이른바 공급률 차등제 문제는 그대로 둔 채, 책값만 싸게 팔지 말라고 하는게 얼마나 효과가 있겠냐라는 말도 나옵니다.

대형서점이나 오픈마켓이 변칙적으로 할인을 해줄 여지가 크다는 지적인데요.
                                
여기에 대학이나 공공도서관들은 책을 사는데 예산이 더 늘게 됐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앵커>
이 기자, 저도 책을 꽤 사서 읽는데 좀 지난 책을 제값 주고 사게 되면 부담이 커질 것 같아요.

소비자들 반발이 클 것 같은데, 어떤가요?

<기자>
네, 신간은 19%에서 15%로, 구간은 30%에서 15%로 할인률이 조정되는 건데요.

그동안 반값 할인 등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느낄 가격 부담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특히 전공서적이나 참고서를 많이 사는 학생들이나 학부모들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그동안 실용서적이나 참고서 등은 할인율 제한 대상에서 제외됐는데, 앞으로는 모든 분야의 도서에 똑같이 15% 할인율이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앵커>
안그래도 주머니 사정이 힘든데, 매학기 적게는 1~2권, 많게는 10권 넘는 책을 사야하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정말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아요?

<기자>
네, 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개정된 정가제가 시행되면 책 1권당 평균 220원의 가격 부담이 생기는데요.
                               
사정이 이렇다보니 책값 오르기 전에 미리 책을 사둬야 한다며 사재기 움직임까지 일고 있습니다.
                           
온라인 서점들도 거들고 나섰는데요.

11번가와 G마켓, 옥션 등 오픈마켓은 물론 YES24와 알라딘 등 도서 전문 쇼핑몰들이 앞다퉈 할인 경쟁에 들어갔습니다.

각종 기획전에 쿠폰 증정은 물론 90% 할인전까지 등장했는데요.

개정법 시행 전에 최대한 재고를 털어내겠다는 의도겠죠.
                             
<앵커>
90% 할인이요?

도대체 책 원가가 얼마길래, 이런 말도 안되는 할인이 가능한가요.

책 값에 거품이 잔뜩 꼈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떤가요?

<기자>
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근거를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90% 할인이 가능하다는 것은 그만큼 일부 책 값에 거품이 있었다는 해석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흐름을 반영해 책 원가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있느냐, 궁금하시겠죠.

아쉽게도 현재까지는 없습니다.

다만 일부 출판사에서 소비자들의 불신을 털기 위해 원가공개를 검토하고 있는 정도입니다.
                                 
<앵커>
도서정가제 이야기를 듣자니 단말기 유통법, 일명 단통법과 굉장히 닮아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취지 속에 여러 법안들이 시행되고 있는데, 왠지 서민들 부담만 늘어나는 게 아닌가 싶네요.

도서정가제, 시행까지 한 달 정도 남았는데, 소비자들의 혼란이 없도록 최대한 보완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

입력 : 2014-10-29 11:18 ㅣ 수정 : 2014-10-29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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