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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집행유예가 남긴 것] 2. 이재용 살린 항소심 판결, 따져보니…

최서우 기자 입력 : 2018-02-10 09:25수정 : 2018-02-10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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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파일

▶<신현상 / 진행자>
이재용 부회장 집행유예 선고를 두고 ‘재벌 면죄부다’ ‘법리 원칙에 입각한 적절한 판결이다’라는 의견이 엇갈리면서 갑론을박이 뜨겁습니다.

2심 선고에 대한 여론과 핵심 쟁점을 둘러싼 논란, 그리고 향후 상고심을 전망해보죠.

이재용 부회장 뇌물죄 재판은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인 정경유착 근절이란 적폐청산 측면에서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항소심 판결은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적폐청산과는 상반되는, 솜방망이 판결이란 비판도 많다고요?

▷<김영교 / 기자>
네. 진보적인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재벌 봐주기’. ‘재벌 면죄부’라는 비판이 거셉니다. 

1심 5년 선고 후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판결을 받자 재벌총수 항소심에서 적용되던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일명 3·5법칙’이 부활했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가까운 예로 2003년 배임 혐의로 기소가 됐던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1심에선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는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으로 풀려났었죠.

그래서 이 부회장의 집행유예를 두고 진보단체에서는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감이 크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안진걸 / 참여연대 사무처장 : 다 무죄로 억지로 짜맞추면서도 36억이라는 거액의 뇌물이나 횡령이 있었는데도 일반국민들이나 기업인들이, 또 공무원들이 36억이나 되는 횡령이나 뇌물죄를 저질렀다면 집행유예로 나왔겠느냐… 정경유착을 끊고 개혁해나가야 한다는 온 국민의 염원을 한꺼번에 짓밟은 판결이나 다름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신현상 / 진행자>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번 판결에 불만을 제기하는 국민청원운동도 일고 있다는데, 한편에서는 사법권을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리죠?

▷<김영교 / 기자>
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재용 부회장 항소심을 맡은 정형식 부장판사의 그동안의 판결과 이번 항소심 판결에 대한 특별감사 청원 참여자가 나흘 만에 20만 명을 넘어 섰습니다.

또, 사법부 내에서도 이번 판결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요.
 
하지만, 한편에서는 이번 판결이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감이 있어도 사법부의 판단은 존중해야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립니다. 

[전삼현 /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 : 국민들이 여론을 가지고 압박을 하는 경우에는 사법부의 독립성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현재는 아직 대법원이 남아있지 않습니까? 지금은 일단은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고 기다려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신현상 / 진행자>
자... 이제 본격적으로 이번 판결을 둘러싼 논란을 짚어보죠.

먼저 2심 재판부,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부정한 청탁 자체를 부정했습니다.

반면에 삼성물산 합병에 국민연금을 동원해 경영권 승계를 도왔다는 혐의로 기소된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은 유죄를 인정받았는데 이렇게 되면 재판부의 논리가 서로 어긋나는 것 아닌가요?

▷<최서우 / 기자>
국정농단 관련 재판은 하나의 재판이 다른 사건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판결이 앞선 다른 재판 결과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 해 11월 열린 문형표 전 장관 항소심 선고에서 재판부는 청와대가 삼성합병 결정 과정에 관여한 점을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문 전 장관이 보고서까지 조작해가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무리해서 찬성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부가 이번에 묵시적 청탁, 그리고 청탁의 대상으로서의 승계작업 자체를 인정하지 않은 대목과는 상당히 거리감이 있습니다.

고법에서 서로 다른 두개의 판결을 내놨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김남근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 : 이재용 재판부는 경영권 승계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서 재판부마다 달리 판단을 하고 그게 확정이 돼버리면 결국 국민들은 범죄사실을 갖고 판단하는게 아니라 사람을 보고 판단하는가 아니냐... 해서 사법 정의와 사법 신뢰에 훼손이 일어날것이라고 우려가 됩니다.]

▶<신현상 / 진행자>
가장 큰 논란이 됐던 것이 이재용 부회장의  형량을 대폭 줄이는 결정적인 변수였던 재산국외도피죄 무죄 부분이잖아요?

상고심에서도 핵심 쟁점이 되겠죠?

▷<최서우 / 기자>
해외로 빠져나간 돈을 단순히 뇌물공여의 수반행위로 볼 지 아니면 해외로 돈을 빼낸 행위 자체를 뇌물공여와 별도의 독립된 범죄로 봐야하는 지를 두고 양측의 치열한 법리다툼이 예상됩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 본인이 돈을 쓴게 아니기 때문에 재산국외도피로 보긴 힘들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이에 대해 특검은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것과 같은 논리라고 반박했습니다.

▶<신현상 / 진행자>
이렇게 특검은  2심 재판부의 판단이 법리적, 상식적으로 대단히 잘못된 판결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데요. 

특검처럼 2심 재판부가 재산국외도피죄를 무죄로 본 판단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반론이 나오고 있나요?

▷<최서우 / 기자>
해외로 빼돌린 돈의 사용 주체를 뇌물수수자, 즉 최순실로만 한정하는 게 맞냐는 겁니다.

굳이 사용주체를 따져본다면 돈을 건넨 사람이 1차적으로 돈을 사용한 것으로 봐야 된다는 거죠.

뇌물을 건네는 것 자체가 돈을 쓰는 행위라는 것이 특검의 주장입니다.

재판부 판단대로라면 뇌물을 주기 위해서라면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는 건 불법이 아니냐는 논리여서 향후 상고심에서 논란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김남근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 : 자기가 해외에서 소비하기위해 재산을 도피하는 경우에만 재산도피죄가 성립을 하고, 뇌물을 제 3자에게 제공하는데 그 제 3자가 받은 뇌물을 해외에서 빼돌리게 한 경우는 재산도피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독특한 법리를 만들어냈어요. 이런 독특한 법리를 유독 만들어낸 것은 중형이 선고될 수 있는 범죄를 배척하기 위한 것이죠.]

▶<신현상 / 진행자>
뇌물죄는 횡령죄 등 다른 범죄와 연결되는데 뇌물 액수를 36억만 인정하면서 횡령액도 36억원만 인정한 부분도 집행유예를 유도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인 것이지요?

▷<김영교 / 기자>
네. 2심 재판부는 용역비 36억 원 외에도 정유라가 말과 차량을 공짜로 이용한 것은 뇌물로 인정했는데요.

하지만 구체적인 금액이 계산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뇌물 액수에서 제외했습니다.

따라서 횡령 혐의 액수도 줄어 들었는데 여기엔 2심 선고 전에 삼성이 81억원을 변제한 것도 한몫을 했겠지만요.

특가법상 횡령액이 50억원을 넘으면 최하 5년에서 무기징역까지 선고되기 때문에 집행유예 조건인 징역 3년 이하를 감안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남근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 : 2심 재판부에서는 '배타적 사용수익권만을 줬지, 소유권을 넘긴 게 아니다'고 하고, 막상 양형판단에 있어서는 경제적 가치를 평가하기 어렵다면서 36억 원만 유죄를 인정했는데요. 사용수익이라는 것도 얼마든지 감정을 통해서 경제적 가치를 평가할 수 있거든요. 역시 50억 원 이상의 횡령의 경우/ 중형이 적용될 수 있는 법조항을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신현상 / 진행자>
2심 재판부가 뇌물 액수를 36억 원만 인정했는데도 집행유예는 너무 가볍고, 일반 뇌물죄 사건의 형량과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죠?

▷<김영교 / 기자>
네. 2심 재판부가 뇌물 36억 원을 준 이재용 부회장에겐 대통령 강요에 의한 수동적인 뇌물죄를 적용해서 집행유예를 선고했는데요.

같은 국정농단 뇌물죄 사건에서 안종범 전 수석 등에게 5900만 원의 뇌물을 준 박채윤씨는 징역 1년을 확정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재용 부회장 처럼 똑같이 공무원의 적극적인 뇌물 요구에 휠씬 적은 돈을 수동적으로 주고도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들이 알려지면서 형평성 논란, 재벌 봐주기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입력 : 2018-02-10 09:25 ㅣ 수정 : 2018-02-10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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