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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그 후…투명해졌나] 3 ‘갈 길 먼’ 청탁금지법…해법은?

김현우 기자 입력 : 2018-02-17 09:26수정 : 2018-02-17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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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신현상 / 진행자>
우리 사회에 근본적인 변화를 주문한 청탁금지법은 투명 사회로 가는 이정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행 1년 5개월, 이제 첫발을 뗀 만큼 갈 길은 아직도 먼 실정입니다.

제대로 정착하려면 어떤 노력들이 필요한지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청탁금지법, 각자의 이해 관계를 조율해야하는 숙제가 놓여있는데 선진국도 우리와 같은 시행착오를 거쳤을 것 같은데, 그런 사례가 있나요?

▷<김현우 / 기자>
부정청탁 금지법과 비슷한 법을 우리보다 먼저 도입한 국가들도 처음에는 경제 위축이 우려됐습니다.

미국의 경우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1978년 10월에 정부윤리법을 통과시켰는데요.

법이 통과 되자 미국 소비자 신뢰지수는 83에서 66으로 급락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처럼 공직자들에게 주던 선물이 사라지면 경제가 위축될 것이라는 걱정이 컸단 얘깁니다.

경기 지수가 급락하는 경향은 부패방지법을 도입한 독일, 영국 등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는데요.

하지만 이런 걱정은 기우였습니다.

미국만 해도 소비자 신뢰지수는 다시 반등하면서 7년 뒤인 1984년에는 법 시행전보다 훨씬 높은 100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신현상 / 진행자>
그럼 우리나라가 선물 상한가액을 올린 것처럼 부정청탁 기준을 완화해 준 나라는 없나요?

▷<김현우 / 기자>
주요 국가 중에서는 완화해준 경우는 없었습니다.

미국은 1978년부터 정부윤리청이 공직자 비리를 감시했는데요.

1989년 정부윤리청을 인사관리청 소속 부서에서 독립 기관으로 승격시켜 권한을 더 강화시켜줬습니다.

또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부패 방지법을 시행하는 영국은 상한액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영국에서는 제공자가 타인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거나 약속하면 뇌물공여죄가 됩니다.

▶<신현상 / 진행자>
말씀하신 것처럼 해외의 부패방지법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약간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실정인데,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봐야 할까요?

▷<김현우 / 기자>
해외는 비리, 부정으로 생기는 피해가 경제 위축보다 더 큰 문제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 일리노이대학의 연구에서 1976년부터 37년간 시카고와 일리노이주에서 적발된 부정부패를 조사했는데요.

매년 부패로 인한 재정 손실이 시카고 시만 우리 돈으로 540억 원 이상이었고, 일리노이주는 5400억 원 이상이었다고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반부패법이 공정한 경쟁을 유발해 더 큰 경제적 이익을 가지고 올 것이란 믿음이 해외 부패방지법의 토대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사례가 있는데도 우리나라 정부와 정치권이 청탁금지법을 완화해주는 것을 놓고 청렴한 공직사회를 만들려는 의지가 약하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신봉기 /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법 개정 시한을 법률에다가 금년 말 2018년 12월31일까지로 명시를 해두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해관계 집단의 여론에 떠밀려서 이번 설에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자 한 것은 부패척결 의지가 약하게 비춰질 수 있다 생각이 들어요. ]

▶<신현상 / 진행자>
또 하나, 애초에 청탁금지법을 제정할 때 국회 심의과정에서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 빠졌는데, 이 법안이 중요한 이유는 뭔가요?

▷<황인표 / 기자>
먼저 이해충돌 방지 조항은 공직자들이 자신이나 가족, 4촌 이내의 친족 등 사적인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직무를 수행해선 안 된다는 건데요.

청탁금지법 원안에는 들어가 있었는데 나중에 시행을 앞두고 통째로 빠졌습니다.

어떻게 보면 청탁금지법의 취지와 가장 맞는 핵심조항인데요.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은 “광범위하고 애매모호한 해석의 경우가 많다” 고 반대했고 야당이었던 민주당 역시 “정부 원안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고 전체 입법이 지연되지 않도록 다른 법을 우선 처리했다”고 밝혔습니다.

친인척을 사촌까지로만 정의해도 국회의원을 포함한 공직자부터 사학교사 등 그 대상이 수백만 명에 이르고 또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신현상 / 진행자>
박은정 국민 권익위원장도 올해 이 조항을 살리겠다는 의견을 냈는데 이번엔 통과 가능성이 있나요?

▷<황인표 / 기자>
일단 권익위가 올해 업무보고에서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권익위는 상반기 국무회의에서 정부 입법안을 만들어서 하반기에는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앞서 이 법안이 빠진 원인이 입법 과정에서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법 적용 대상자가 수백만 명에 달해 실효성이 떨어질 거란 지적 때문이라고 했는데요.

이런 부분들을 어떻게 고치고 또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 가능성을 어떻게 보완하느냐에 따라 입법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신현상 / 진행자>
만일 이 이해충돌 방지법이 시행되면 지금 핫이슈로 등장한 채용비리나 낙하산 논란도 사라질 것 같나요?

어떻게 보십니까?

▷<김현우 / 기자>
네, 지난해 적발된 공기업 채용비리 사례를 보면, 상당수가 고위급 공직자 자녀들이었죠.

따라서 이해충돌 방지법이 시행된다면 공기업 채용비리나 낙하산 인사 논란은 상당 부분 사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신봉기 /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이해충돌방지법이 제정이 된다면 그 동안에 정말 만연했던 공기업 낙하산이라든지 공기업 채용비리 같은 것들을 충분히 방지할 수 있고 사전 예방할 수 있는 그런 기능을 충분히 해내리라 생각합니다.]

▶<신현상 / 진행자>
투명사회, 공정한 사회는 선진사회의 조건입니다.

청탁금지법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 보완되거나 개선돼야 할 부분,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김현우 / 기자>
먼저 사진을 한번 보시죠.

국회의원 회관에 선물이 산더미 처럼 쌓여있습니다.

▶<신현상 / 진행자>
국민들 입장에선 선뜻 이해가 안될것 같은데 저렇게 선물을 받고도 왜 국회의원들은 처벌을 받지 않는겁니까?

▷<김현우 / 기자>
선물을 받고도 처벌받지 않는 예외 규정이 많기 때문입니다.

올해 설날부터 선물 상한액이 두배로 늘어났고, 또 여러 사람에게 선물을 받는 건 제한이 없습니다.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사람에게는 한번에 100만원 어치까지 선물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도, 이 선물들을 뇌물이라고 보는 국민들이 많습니다.

부패 때문에 망한 나라는 있지만 부패를 척결해서 망한 나라는 없다고 하잖아요.

우리나라가 선진국가로 발돋움 하려면 고질적인 부정과 비리부터 없애야 하는데요.

따라서 부정청탁 금지법을 완화하기 보다는 부정과 비리가 예외 규정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직무관련 기준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신봉기 /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예외규정이 5조에서 7개, 8조에서 14개 (예외) 규정이 있는데 모두 해석이 불명확해요. 예를 들어 직무와 관련하여 직무관련성 개념이 해석에 의해서 직무 관련성 여부가 갈려요. 일반적으로 법률은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하고 규제나 제재를 가하는 법령은 구체성, 명확성 요건이 더 강하게 요구돼요.]

실효성을 높이려면 부정청탁금지법의 범위와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공직자 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에도 부정청탁 금지법을 적용해서 기업의 갑질, 불공정 경쟁, 비효율적인 구조를 개선하자는 겁니다.

실제로 UN이 반부패협약에서 부패행위범위를 공공부문 뿐만 아니라 기업 등 사적 영역까지 확대 하는 등 부패 방지 범위를 넓히는 것이 국제적인 흐름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입력 : 2018-02-17 09:26 ㅣ 수정 : 2018-02-17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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