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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수장 사퇴 부른 ‘채용 관행’] 3. 금융권 ‘검은 채용’ 만연, 왜?

강예지 기자 입력 : 2018-03-17 09:01수정 : 2018-03-17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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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신현상 / 진행자>
사상 최악의 취업난 속에서도 고군분투하는 취업 준비생들을 허탈하게 만드는 건 바로 채용비리입니다.

왜 금융권에서는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는 채용 비리가 판을 치는지... 그리고 검은 채용의 고리를 끊을 방법은 없는지 짚어 보겠습니다.

앞서 금융감독원장을 낙마시킨 임원 추천제, 하나금융뿐만 아니라 금융권의 관행이라고 했어요.

추천을 받으면 서류전형을 그냥 통과했다는 건데, 어떻게 이런 비상식적인 관행이 뿌리내리게 됐을까요?

▷<강예지 / 기자>
앞서 금융권 채용비리 조사의 신호탄이 됐던 우리은행 채용비리를 두고 검찰은 ‘은밀한 금수저’ 전형이라고 했는데요.

유관기관 공직자나 큰 손 거래처, 내부 유력자 등의 자녀라는 이유로 점수 미달에도 합격을 시켜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우리은행 VIP 리스트에는 영업점 등에서 추천받은 고객의 자녀 이름 옆에 현재 여신 규모와 앞으로 추진할 여신 규모가 적혀 있었습니다.

‘임원 추천제’라는 채용 관행이 은행의 영업과 수익 창출 도구로 활용됐다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신현상 / 진행자>
비단 하나금융뿐만 아니라 다른 은행들도 관행을 앞세운 불공정한 채용 과정이 있었다면서요?

▷<김선경 / 기자>
네. 금감원 채용비리 조사 결과에 따르면 광주은행은 임직원 자녀 필기시험 때 15% 가산점을 주는 내규를 운영했습니다.

또 하나은행은 최하위권이던 지원자가 전형 공고에도 없던 ‘글로벌 우대 전형’으로 최종 합격했고요.

서울대, 연고대 등 특정 대학 출신 지원자를 뽑기 위해 수도권 대학 출신 지원자들을 탈락시킨 사례도 드러났는데요.

이에 대해 하나은행은 영업점이 들어가 있는 주요 거래 대학을 우대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지난달 초, 불구속 기소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과 인사부서 간부도 2015년부터 3년간 청탁 명부를 통해 공직자와 고액 자산가의 자녀 등을 뽑아 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신현상 / 진행자>
앞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유독 은행이나 금융 공기업에서 채용비리가 만연한 이유는 뭘까요?

▷<강예지 / 기자>
먼저 임원이 시키면 따를 수밖에 없는, 그러니까 내부 고발자가 나오기 힘든 수직적인 조직 문화와 분위기가 있겠고요.

금융 공기업의 경우 주인이 없고, 은행은 이사회의 역할과 힘이 경영진의 입김을 견제할 만큼 강력하지 못한데요. 

전문가들은 외압에 휘둘리기 쉬운 이런 구조를 채용 비리가 줄을 잇는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경묵 / 서울대 경영대학원 교수 : 정치권, 또는 정부에서 은행의 임원이나 최고 경영자의 인사에 관여를 하기 때문에 그런 쪽의 청탁 위험에 노출돼 있는 거죠. 주인이 없기 때문에 약간 자격이 부족한 사람을 뽑더라도 뽑는 사람에게 손해가 가지 않기 때문에 그런 채용비리가 많이 생기는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또, 잘못된 관행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지 못할 만큼 심각한 모럴해저드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신현상 / 진행자>
그동안 금융 감독당국은 금융 지주의 지배 구조를 개선해 채용 비리를 근절하겠다고 했는데, 지배 구조 바뀌면 채용비리가 사라질까요?

▷<강예지 / 기자>
금융위원회가 지난 15일 금융회사 지배 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했는데요.

사외이사와 감사 후보를 추천하는 위원회에 CEO가 참여하지 못하게 하고, CEO를 선출할 때 투명성을 높이는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전반적으로 현직 CEO의 영향력을 통제하겠다는 건데요.

사실 지배 구조를 강화하는 것이 채용비리를 근절하는 데 직접적인 역할을 하지는 못합니다.

다만 이런 장치로 CEO를 비롯한 일부 유력 경영진에 쏠려있는 힘을 분산해서 권한을 남용하거나 업무 방해를 못하도록 막는 거죠.

또 이렇게 투명한 지배 구조 안에서 감시가 더 잘 작동된다는 점에서 지배 구조를 강화하는 것이 채용 비리의 싹을 자르는데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신현상 / 진행자>
그렇군요.

그런데 최 전 원장의 낙마로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어떻습니까?

▷<김선경 / 기자>
금융사 지배 구조 개선을 추진하는 금융위원회가 당혹스러운 상황이긴 합니다.

금융위는 ‘셀프 연임' 논란을 빚고 있는 금융 지주사 회장의 권한을 줄이고 이사회 고유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금융사 지배 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했는데요.

하지만 이번 사태를 두고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을 놓고 금감원과 하나금융의 기싸움이 결국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금융사 지배 구조 개선 방안의 의도에 대해 색안경을 끼게 된다면… 결국 동력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현상 / 진행자>
이번 채용 비리 의혹으로 금감원장이 낙마하면서 현재 진행 중인 검찰의 수사도 강도가 세지겠죠?

채용 비리에는 무관용이라는 의지를 그대로 보여준 셈이니까요?

▷<김선경 / 기자>
네. 검찰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하나은행을 수사하는 서울서부지검은 지난주 하나은행 본사 은행장실 등을 추가 압수수색했습니다.

검찰은 기소 방침을 확정하고,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까지 수사를 확대할 방침입니다.

또 VIP 리스트 등 채용비리 의혹을 받고 국민은행은 인사팀장을 구속한데 이어 14일 윤종규 회장 등 관련자들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신현상 / 진행자>
마지막으로 최근 정부가 채용비리 근절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는데, 실효성이 있을까요?

▷<강예지 / 기자>
점차 확산되고 있는 블라인드 채용, 채용 과정 완전 공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모두 채용의 공정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고구마 줄기처럼 터져 나오는 채용비리 사례를 보면 이런 제도가 100% 해결책이 되지 못할 거라고 보고요.

요즘 공기업 공채 지원자들이 본인의 점수를 공개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하고 있는데요.

정부 대책만으로는 채용의 신뢰성과 실효성이 떨어진 것을 방증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실제 한국남동발전 등 일부 공기업의 사례에서 실효성 있는 대책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는데요.

공채가 끝나고 응시자들에게 전형별 점수를 공개하고, 선발 기준과 결과를 더 많이 알리는 겁니다.

하지만 채용비리를 없애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고, 제도를 촘촘히 만드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입력 : 2018-03-17 09:01 ㅣ 수정 : 2018-03-17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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