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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시금고가 뭐길래’ 영(令) 안서는 금감원

박규준 기자 입력 : 2018-05-16 13:12수정 : 2018-05-16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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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금고 입찰경쟁에서 신한은행이 1금고에 선정된 것을 놓고 여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104년간 이어진 우리은행의 서울시금고 독점운영이 막을 내렸다는 것도 화제지만, 신한은행이 서울시에 내놓은 거액의 출연금, 여기에 이 과정에서 체면을 이상하게 구긴 금융감독원이 호사가들의 이야기거리입니다.

그동안 시금고를 단수금고로 운영해왔던 서울시는 이번에 처음 복수금고를 도입했습니다. 이번 시금고 선정에는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 등 주요 시중은행들이 모두 도전장을 던지는 등 경쟁이 치열했던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서울시는 금고지정 심의위원회를 통해 재무구조 안전성, 시에 대한 대출·예금금리, 시민이용편의성, 금고업무 관리능력, 지역사회 기여 등 5개 분야 18개 세부항목 평가를 거쳐, 신한은행을 1금고지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금융권에선 서울시에 내는 출연금이 당락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데 이견이 없습니다. 신한은행은 4년간 무려 3000억원의 출연금을 서울시에 내기로 했습니다. 우리은행의 1100억원의 3배 가까운 돈입니다. 출연금은 은행에서 시민을 위해 내는 일종의 기부금입니다.

은행들이 천문학적인 출연금을 감수하는데는 상징성이 크다는 판단에서입니다. 또 서울시청에 지점이 들어선다는 점도 은행으로선 의미가 남다릅니다. 신한은행도 이점을 노리고 거액을 내놨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출혈경쟁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있습니다. 은행들의 출혈경쟁은 경영수지 악화를 불러오고, 결국 이러한 비용 부담을 대출금리와 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금융감독원도 이 중 한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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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은 금고지지 쟁탈전과 관련해 '지켜보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입니다. 그러나 입찰전에 '과열경쟁, 출혈경쟁을 자제해달라'는 주문을 직, 간접적으로 각 은행에 전달한 상태에서, 수천억원의 출연금 소식에 적잖이 당혹스러워 했다는 후문입니다. '금융감독의 영(令)이 안서네라는 지적에도 할말이 없겠네'라는 뒷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일각에선 2016년 마련한 과도한 이익제공 관행에 대한 내부통제 기준을 손봐, 본때를 보여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옵니다. 은행들은 10억원 초과 기부금·출연금을 공시하고, 출연금 지급에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하고 있지만 경쟁논리에 밀려 기능을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상하게 체면을 구긴(?) 금융감독원이 과열 양상을 빚고 있는 출연금 논란에 대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신한은행을 비롯해 전 금융권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입력 : 2018-05-16 13:12 ㅣ 수정 : 2018-05-16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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