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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夜] ‘그것이알고싶다’ 故 염호석 시신 탈취 사건… 삼성의 노조와해 전략인가

강선애 기자 입력 : 2018-05-27 15:06수정 : 2018-05-27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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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SBS funE | 강선애 기자] ‘그것이 알고싶다’가 삼성전자서비스센터에서 수리기사로 일하던 한 남자의 죽음과 이 죽음을 축소시키려던 배후세력을 추적했다.

26일 밤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사라진 유골, 가려진 진실- 故염호석 '시신 탈취' 미스터리’란 부제로 한 젊은이의 죽음과 그의 시신이 탈취된 사건을 조명했다.

2014년 5월, 강릉의 한 해안도로에 세워져있던 승용차 한 대. 밭일을 하러 가던 노부부는 며칠째 도통 움직임이 없는 이 낯선 차 안을 들여다보고는 화들짝 놀랐다. 부부가 목격한 것은 운전석에 숨진 채 누워있던 한 남자, 34살의 염호석씨였다. 현장에선 타버린 번개탄과 소주, 유서가 발견됐다. 경찰은 타살의 정황이 없어 단순 자살로 사건을 종결했다.

고인의 시신은 5월 18일 서울의 한 장례식장에 안치됐다. 그런데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애도가 있어야 할 장례식장에 경찰 수백 명이 들이 닥쳤다. 조문객들은 무슨 일인지 영문을 모른 채 경찰에 둘러싸였고 추모의 공간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경찰이 방패와 최루액으로 조문객들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사이 장례식장을 빠져나가는 승합차 한 대, 안치되어 있어야 고인의 시신은 그렇게 어디론가 사라졌다.

공권력을 이용해 시신을 옮긴 사람은 다름 아닌 고인의 아버지 염씨였다. 그 후 서울-부산-밀양을 잇는 호석씨 동료들과 아버지 염씨의 석연치 않은 추적이 이어졌다. 동료들은 아버지 염씨한테 연락을 취해 시신을 어느 장례식장으로 데려갔는지 문의했다. 부산이라길래 찾아갔지만, 어떤 장례식장에 시신을 안치했는지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여러차례 수소문을 한 끝에 고인을 안치한 장례식장을 찾았다. 그런데 석연치 않은 기분에 장례식장 안치실에 가본 동료는 그 곳에 호석씨의 시신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호석씨의 시신은 밀양의 한 화장장에서 화장됐다. 그런데 이 때도 수백명의 경찰병력이 대거 투입됐다. 분골실은 아버지 염씨의 출입만이 허락됐고, 친모와 외가쪽 식구들은 들어가지 못했다. 아들이 화장되는 것을 코 앞에 두고도 보지 못하는 어머니는 망연자실 바닥에 주저앉아 가슴만 쳤다.

사망 전 삼성전자 서비스 양산센터에서 수리기사로 일했던 고인. 그는 유서에 자신의 시신이 발견되면 가족이 아닌 동료들한테 장례절차를 맡긴다는 내용을 썼다. 그래서 호석씨의 어머니는 유서에 따라 장례절차를 동료들에게 위임했다. 아버지 역시 처음엔 장례절차 위임에 동의했다.

그런데 호석씨의 동료들은 아버지 염씨가 서울에 장례식장을 차린 당일 몇차례 외출을 하더니 “호석이 데리고 부산에 가겠다”며 마음을 바꿨다고 말한다. 또 한 명의 동료는 아버지 염씨가 “난 새끼는 죽었고, 고깃값은 받아야겠다”라고 말하는 걸 듣고 귀를 의심했다고도 한다. 아버지가 “너희들은 내게 뭘 해줄 수 있냐”라며 돈 이야기를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사건 당일 고인의 장례식장에 있던 운구차에서 수상한 쪽지 하나가 발견됐다. 이름 없이 ‘본부장’, ‘부산팀장’, ‘직원’ 등의 직책만 적혀있는 네 개의 연락처였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이 번호들에 대한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 추적했다. 그 결과, 이들은 모두 삼성그룹 계열사의 상조회사와 연관돼 있었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힘들게 아버지 염씨와 만났다. 그는 아들의 장례기간동안 벌어진 비밀스러운 거래에 대해 말했다. 아들의 사망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을 가는데, 휴게소에 들른 자신을 쫓아온 남자. 그는 자신을 ‘양산센터 사장’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양산센터 사장은 고인의 장례를 자신들한테 맡겨달라고 했다. 아버지는 이를 거절했는데, 서울 장례식장에 양산센터 사장은 다시 한 번 아버지 염씨를 찾아왔다. 그는 염씨를 서울의 한 호텔로 데려갔고, 그 곳에서 삼성 본사의 최전무라는 사람을 만났다. 최전무는 아버지 염씨에게 위로금으로 6억원을 주겠으니 호석씨의 장례를 노조장이 아닌 가족장으로 해달라 했다. 아버지는 그렇게 그 돈을 받고, 아들을 동료들의 손이 아닌 자신이 직접 장례를 진행했다.

당시 장례식장과 화장장에 병력을 대거 투입시켰던 경찰. 경찰들은 하나같이 아버지 염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호석씨의 동료들에 따르면, 이들은 신고전화와 상관없이 사전에 이미 경찰병력을 투입시키고 현장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는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의 취재에서도 사실로 드러났다.

왜 34세 한 젊은이의 죽음이 장례식장을 예약했다가 수차례 취소하고, 시신을 빼돌리고 추적하고, 경찰병력을 투입하는, 첩보영화 방불케 하는 액션영화가 된 걸까. 생전 고인은 최저임금에도 못미치는 돈을 받고 삼성전자 서비스 협력업체 직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당시 그는 노동조합원이란 이유로 일감을 받지 못했다. 이 무렵 전국의 서비스 센터에는 이상한 일들이 벌어졌다고 한다. 노조원과 비노조원 사이에 가벽을 설치해 업무공간을 분리하고, 비조합원한테만 일감을 몰아줘 임금을 차이나게 하고, 노조원이 많은 곳은 폐업까지 시켰다는 것. 최근 다스 소송비를 삼성이 대납했다는 의혹을 수사하던 중 6천건의 노조와해 문서가 발견됐다. 이 모든 일이 삼성이 노조를 와해하기 위한 치밀한 작전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미 지난 2013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삼성의 노조와해 전략 문건을 공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심상정 의원은 “정말 화가 나는 것은, 당시에 제가 이 문건을 공개했을 때 검찰이 압수수색 한번만 했어도, 이 문건이 삼성이 만든 거란 걸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 조차 하지 않고 무혐의 처리 했다는 건 전형적인 봐주기 수사다”라고 주장했다.

아버지 염씨에게 6억원을 건네고 회유한 삼성전자 서비스 본사의 최전무는 최근 이례적으로 구속됐다. 그 외에도 이번 사건의 설계자는 더 있어 보이지만, 삼성전자는 이 사안이 삼성전자서비스의 일이라며 회피하고, 삼성전자서비스는 검찰수사 중이라 답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장을 지내달라는 아들의 유언을 지키지 못했지만 1년전 아들의 유골을 정동진에 뿌렸다는 아버지 염씨. 그는 아들의 유언을 지키는 대신 받았던 돈 6억원에 대해 “돈이 (남아) 있겠나. 강원도 정선도 갔지, 술도 먹었지. 지금 (보증금) 천만원에 38만원 월세 산다. 말이 6억이지, 요새 돈 6억은 돈도 아니다. 옛날 돈 6천만원이다”라고 말했다.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입력 : 2018-05-27 15:06 ㅣ 수정 : 2018-05-27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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