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본문

산업

[박현주는 왜 경영 2선으로 물러났나] 1. 박현주 2선 후퇴, 공정위 의식?

이한라 기자 입력 : 2018-06-09 11:34수정 : 2018-06-09 11:40

SNS 공유하기


■ 취재파일

▶<신현상 / 진행자>
재벌 저격수, 김상조호 출범으로 재벌그룹들의 지배구조 개선이 발등의 불이 됐습니다.

공정위의 압박이 거센 가운데 미래에셋그룹, 박현주 회장이 국내 경영일선 퇴진을 선언했습니다.

퇴진 배경을 두고, 한편에서는 공정위를 의식한 행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2선 후퇴를 한 속사정을 들여다보겠습니다.

샐러리맨 성공신화로 불리는 박현주 회장.

도전과 혁신의 정신으로 미래에셋을 국내 금융그룹 선두 자리에 올려놨습니다.

이 기자. 미래에셋의 성장세가 그 어느 금융기업보다 가파른데, 어느 정도입니까?

▷<이한라 / 기자>
지난 1997년 자본금 100억 원의 작은 규모로 시작한 미래에셋은 20여 년 동안 그야말로 폭풍 성장하며 대표 금융그룹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지난해 기준 미래에셋대우를 포함한 미래에셋금융그룹 계열사의 전체 자본금은 14조 원에 육박하는데요.

국내 증권사 가운데 압도적인 규모로 자기자본 1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성과에는 자수성가의 아이콘이라 불리는 박현주 회장의 과감한 투자와 공격적인 인수 합병 등이 한몫을 했다는 평가가 많은데요.

그 결과 현재 국내 계열사는 11개까지 늘어난 상태고요.

글로벌 사업 역시 빠른 확장세입니다.

미래에셋대우가 총 10개국에 14개의 법인과 사무소를 운영하는 등 해외 현지법인의 자기자본 규모 역시 2조 3천억 원을 돌파하며 업계 최대 규모로 확대됐습니다.

▶<신현상 / 진행자>
그야말로 승승장구하는 모습인데요.

이광호 기자, 그런데 최근 박현주 회장이 돌연 그간 잘 해오던 국내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고 깜짝 선언을 했어요?

▷<이광호 / 기자>
네, 지난달 23일이죠.

박현주 회장은 “국내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는 시대를 열겠다”며 미래에셋대우의 글로벌경영전략고문직(GISO)을 맡았습니다.

회장직에서 물러난 뒤 국내 경영은 최현만 부회장과 각 계열사 대표이사가 맡고, 본인은 해외사업에 주력하겠다는 겁니다.

다소 의외의 상황이었죠.

미래에셋대우는 이에 대해 ”박 회장, 2년 전 미래에셋 출범 당시 조직이 안정되면 글로벌 경영에 집중하기 위해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는 입장이었다”며 정해졌던 수순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미래에셋 관계자 : 적극적인 성장 정책의 일환으로, 해외에서 글로벌스탠다드 수준의 조직과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 국내는 전문가들의 영역을 넓혀주고 해외에 좀 더 집중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신현상 / 진행자>
하지만 미래에셋 측의 해명과 상관없이 그 배경을 놓고 의견이 분분합니다.

표면적으로 글로벌 경영 강화를 내세웠지만 사실상 국내 경영에서 2선으로 물러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가 미래에셋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자 이걸 의식한 결정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이한라 기자, 이런 해석이 나오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죠?

▷<이한라 / 기자>
네, 아시겠지만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대기업의 지배구조 문제, 소위 재벌 개혁에 힘을 쏟고 있는데요.

미래에셋도 이런 칼날을 피해가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김 위원장은 과거 경제개혁연대 소장으로 활동하던 시절부터 줄곧 미래에셋을 최악의 지배구조를 가진 대기업으로 지목해 왔는데요.

특히 “다른 재벌들이 써온 각종 편법을 총망라한 것”이라며 “몇 대째 내려온 다른 재벌그룹보다 훨씬 후진적”이라며 날선 비판을 쏟아낸 바 있습니다.

실제 공정위는 지난해 말부터 미래에셋의 일감몰아주기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지난 달 현장 조사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또 지난 4월에는 금융당국이 미래에셋의 그룹 간 교차출자와 자본 확충 등을 지적하며 복잡한 지배구조를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정부와 금융당국이 연달아 미래에셋을 압박하고 나서면서 박 회장 역시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데요.

때문에 박 회장이 국내 경영에서 물러나는 결정으로 정부와 당국에 일종의 성의 표시를 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신현상 / 진행자>
그럼 정부가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미래에셋의 지배구조, 정확히 어떤지 한 번 살펴볼까요?

▷<이광호 / 기자>
네, 미래에셋그룹에서는 미래에셋캐피탈이 사실상 지주회사를 맡고 있습니다.

박현주 회장이 지분 34% 정도를 보유하고 있고요.

이 캐피탈은 다시 미래에셋대우 지분, 미래에셋생명 지분도 갖고 있습니다.

미래에셋대우 역시 생명 지분을 갖고 있고요.

사실 다른 재벌 기업들처럼 순환출자 구조가 복잡하게 생기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미래에셋이 금융사여서 일반 기업과 별도의 규제를 받는다는 게 문제가 됐죠.

▶<신현상 / 진행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자세히 들여다보죠.

앞서 말씀하셨지만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줄기차게 이 문제를 지적해 왔는데, 정확히 어떤 부분이 문제인 겁니까?

▷<이한라 / 기자>
앞서 보셨지만 미래에셋은 박현주 회장 일가가 지분을 갖고 있는 미래에셋컨설팅이 캐피탈과 자산운용을 거느리고, 미래에셋캐피탈이 다시 대우와 생명을 지배하는 구조입니다.

문제는 미래에셋캐피탈이 계열사 주식을 확보한 미래에셋그룹 소유 구조의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지주회사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현행 지주회사법에 따르면 자회사의 지분 가치가 총자산의 50%를 넘는 회사는 지주사로 전환해야 하는데요.

미래에셋캐피탈의 경우 이 지주회사법 규제를 받지 않기 위해 일종의 편법을 쓰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자회사 지분 가치를 총자산의 절반 미만으로 낮추기 위해 매년 연말이면 단기 차입금을 조달해 총자산을 늘리거나, 지분을 조정해서 1대 출자자가 아닌 2∼3대 주주로 바꾸는 방법을 활용해 규제를 피하고 있다는 겁니다.

▶<신현상 / 진행자>
이 기자 얘기대로라면, 미래에셋이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으려고 일종의 꼼수를 쓰고 있다는 건데요.

박현주 회장, 공정위와 금융당국으로부터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는데도 이렇게까지 지주사 전환을 피하려는 이유가 뭘까요?

▷<이광호 / 기자>
박현주 회장이 지난 2015년 말에 카메라 앞에 섰던 날로 돌아가 보면요.

당시 대우증권 인수 기자간담회에서 지주사 전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우선 직접 들어보시죠.

[박현주 /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 : 우리는 밖에 나가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자본을 통해 M&A(인수·합병)를 하고 싶은 거예요. 그 열정이 있는데,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자기 자본을 지배구조(개선)에 써라' 이렇게 얘기하고 있는 거예요.]

박 회장은 또 지주사 체제가 투자의 ‘야성’을 해친다며 고착된 기업 지배구조에 대해 거부감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질적인 이유로 꼽히는 또 다른 시각도 있는데요.

미래에셋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게 되면, 다양한 계열사를 추가할 때마다 따로 당국의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하는 등 여러 제한이 생긴다는 점도 불편함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신현상 / 진행자>
그러니까 결국 지주사 전환이 득보다는 실이 많다고 판단한 건데요.

지배구조를 개선하지 않은 채 국내 경영에서 후퇴하는 것으로 정부의 압박을 피해갈 수 있을지, 이건 또 다른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서 네이버의 이해진 의장이 박 회장과 비슷하게 해외사업을 이유로 총수 지정에서 제외해 달라고 공정위에 요청을 했지만, 최종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잖아요?

▷<이한라 / 기자>
네, 말씀처럼 이해진 전 의장은 총수 없는 대기업을 만들겠다며 지난해 3월 의장직에서 물러났고, 올해 2월에는 네이버 등기 이사직에서도 사임했습니다.
        
또 지난해 8월과 올해 2월 두 차례에 걸쳐 보유 주식을 매각하며 지분율도 3.72%로 낮췄죠.

하지만 공정위는 이 전 의장이 네이버에 여전히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기존과 같이 총수로 지정했습니다.
         
특히 이해진 전 의장이 맡은 GIO, 글로벌 투자 책임자 역할이 네이버에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는데요.

박현주 회장이 이번에 국내경영에서 물러나며 얻게 된 직함이 바로 GISO, 글로벌경영전략 고문입니다.

표면적으로는 국내 사업에서 손을 뗀다고 볼 수 있겠지만, 그간 박 회장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특히 금융그룹 회장직은 그대로 유지하거든요.

이 말은 곧 박 회장이 지배구조 개선 문제 등 그룹의 주요 현안에 오너로서 지속적으로 참여한다는 거죠.

때문에 박 회장의 이번 직함 변경이 그룹 내에서의 영향력 축소와는 실질적인 연관성이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박상인 /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사실 총수로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국외 경영을 한다고 해도 계속 경영을 하고 있는 거고요. 공정위나 금융위에서 미래에셋의 소유 경영이라든지 자본 적격성 문제를 계속 제기하고 있으니까 거기에 대해서 임시방편적인 회피적인 수단으로 얘기를 한 것 같아요.]

▶<신현상 / 진행자>
한편에서는 박현주 회장의 이번 2선 후퇴가 미래에셋이 추진하고 있는 초대형 투자은행의 핵심사업인 단기금융업, 발행어음 취급 인가를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이런 이야기도 나오고 있어요?

▷<이광호 / 기자>
네, 금융당국 차원에서도 이 초대형 투자은행에 상당히 의욕적으로 나섰는데,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을 제외하면 이 허가를 받아낸 곳은 아직 없습니다.
    
미래에셋대우 역시 글로벌에서 통하는 자금력을 보유하기 위해서는 발행어음 취급 인가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 발행어음이라는 건 금융사가 돈을 받아서 다른 금융상품에 대신 투자를 해주는 형식이 아니라, 자기 신용을 바탕으로 고정금리의 단기 상품을 내놓고 고객들에게 직접 파는 것을 뜻합니다.

은행과 아주 유사한 방식으로 빠르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겁니다.

▶<신현상 / 진행자>
그런데 미래에셋은 왜 이 인가를 받지 못한 건가요?

▷<이광호 / 기자>
미래에셋대우가 업계 1위 증권사인데다 자산 건전성이 나쁘지 않은데도 지금까지 인가를 받지 못한 이유는 일감 몰아주기 의혹 때문입니다.

미래에셋그룹에는 부동산 관리업무를 하는 ‘미래에셋컨설팅’이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박현주 회장이 절반 가량의 지분을 갖고 있는 회장 일가의 가족회사인데요.

문제는 이 회사가 그룹 부동산 일감을 받아 수익을 내는 경우가 많아서 결국 그룹의 일로 회장 일가의 배를 불리는,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박현주 회장은 어떤 식으로든 국내에서 자신에게 쏠리는 시선과 그룹 내 지배력을 낮출 필요가 있었다는 겁니다.

▶<신현상 / 진행자>
전문 경영인 체제 도입 외에도 최근의 지배구조 개선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한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죠?

▷<이한라 / 기자>
논란이 계속되면서 박현주 회장이 이런저런 변화를 시도하는 모습인데요.

네, 미래에셋은 지배구조 문제와는 별개란 입장이지만 지난 4월 미래에셋캐피탈이 그룹 핵심 계열사인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생명 등을 종속회사에서 제외하고 관계사로 재분류했고요.

또 기존에 미래에셋금융그룹 계열사들은 계열사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했는데, 지난해 초부터 박 회장이 그룹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하는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많은 금융투자회사들이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지 않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인데요.

여기에는 이사회의 견제기능을 강화해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박 회장의 의지가 적극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현상 / 진행자>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박현주 회장의 의지가 정부가 원하는 수준이냐, 혹은 원하는 방향이냐, 이것이 아닐까 싶어요?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정부의 압박을 피하려는 꼼수처럼 보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한라 / 기자>
네, 현재로써는 박 회장의 이런 의지가 순수하게 읽히지 않는다는 데 방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대우, 미래에셋생명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덩치가 커지고 있는 데다 최근 정부가 경영 투명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인데요.  

결국 박 회장이 회사에 대한 경영 지배력을 일부 낮추면서 정부의 지배구조 개편 압박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는 겁니다.
 
하지만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있는 한 박 회장, 그리고 미래에셋이 지배구조 개편과 지주회사 전환의 압박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입력 : 2018-06-09 11:34 ㅣ 수정 : 2018-06-09 11:40

SNS 공유하기

많이 본 기사

주요 시세

핫포커스

공지사항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