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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반복되는 '잔여물량 대란'…정부가 관리하는 건 어떨까?

이광호 기자 입력 : 2018-06-22 10:47수정 : 2018-06-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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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평균 1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던 '과천 위버필드'의 잔여물량에 대한 청약이 진행됐습니다.

잔여물량이란,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하고 예비당첨자까지도 계약을 포기한 아파트를 뜻합니다.

전체 공급 세대수의 40%의 예비당첨자를 뽑았는데, 이들마저 손사래를 쳤다면 인기가 없는 아파트 아닌가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과천 위버필드의 잔여물량은 모두 25세대인데, 어제(21일) 2만4000명이 몰려 경쟁률이 무려 960대 1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4가구만 나온 전용 59㎡A형은 1만4000명이 몰려 3500대 1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습니다.

과천 위버필드만 그런 것도 아닙니다. 지난달 서울 영등포구의 '당산 센트럴아이파크'는 잔여물량 8가구에 2만2000여 명이 몰려들었고, 지난해 말에는 강동구 '고덕 아르테온' 잔여물량이 23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잔여물량이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주택자여도 상관없고, 청약가점제도 적용되지 않는데다 심지어 청약통장이 없어도 상관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금 여력은 충분한데 규제 때문에 청약을 못 하는 다주택자들이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당연히 부작용이 따르겠죠. 일반 아파트 청약에 여러 규제가 붙는 이유는 투기세력을 막고, 대신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입니다. 부양가족이 많은 사람의 당첨 확률을 높여주기 위해 청약가점제까지 도입됐죠.

바꿔 말하면, 현행 잔여물량 공급방식은 일반분양에서 떨어지고 예비당첨자 명단에도 오르지 못한 무주택자들에게는 기회 박탈이나 마찬가지라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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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건설사들은 왜 예비당첨자를 조금만 뽑고 잔여물량은 이처럼 처리할까요? 대학 입시도 수천 명을 예비합격자로 뽑아서 어떻게든 정원을 채우는데 말이죠.

취재를 해 보니, 건설사 입장에서는 일을 빨리 처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합니다. 분양대금이 늦게 들어올수록 공사 기간이 늦어지고, 그만큼 건설사는 비용 부담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청약자 전원에게 예비당첨 번호를 부여해 관리하는 것도 부담스럽고, 잔여물량에 일일이 청약규제를 적용하기도 힘들다는 겁니다.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잔여물량에 대해 기존 인터넷 청약 사이트인 '아파트투유'를 활용하겠다는 방향만 나왔을 뿐, 시스템 구축과 구체적인 방법 마련에는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위버필드의 경우 잔여물량이 25세대나 나왔지만, 보통 아파트 잔여물량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게 나옵니다. 고작 두 세대 나온 아파트 잔여물량 청약을 인터넷에 별도의 공고로 올리는 것도 비효율적입니다. 자칫 공고가 범람해 꼭 필요한 청약 정보를 소비자들이 놓칠 수도 있습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을까요? 양재모 한양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준을 정해 잔여물량을 정부가 사들이자"고 주장했습니다. 양 교수는 "기금을 조성하든 기존 주택 관련 기관을 활용하든 잔여물량을 사들이고 해당 지역 무주택자에게 일정한 청약 기준을 만들어 재공급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정부가 우선 잔여물량에 분양대금을 지급해 아파트를 사들이는 겁니다. 그리고 잔여물량이 어느 정도 쌓이면 해당 지역의 무주택자에게 공급하고, 분양대금을 정부가 받는 구조입니다. 그러면 건설사는 여러 비용을 줄일 수 있어서 좋고, 정부는 해당 기간의 금융비용 정도만 부담하면 되고, 무주택자는 또 다른 청약 기회를 받을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정부가 아무 아파트나 사들이면 애초에 미분양이 날 아파트를 혈세로 사들이는 꼴이 될 수도 있습니다. 투기과열지구, 그중에서도 세심한 기준을 정해 아파트를 사들여야 할 겁니다. 정부가 사기업의 물건을 사들이는 모양새가 되므로 새로운 법 조항도 마련해야 할 겁니다. 쉽지 않은 해결책이긴 하지만, 매번 반복되는 '잔여물량 대란'의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입력 : 2018-06-22 10:47 ㅣ 수정 : 2018-06-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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