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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경영 참여’ 약일까? 독일까?] 1. ‘국민연금’ 제 목소리 낸다…왜?

장지현 기자 입력 : 2018-08-04 09:20수정 : 2018-08-04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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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파일

▶<신현상 / 진행자>
여러 논란 끝에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고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600조 원이 넘는 돈을 굴리는 국민연금은 그동안 주주총회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않아 주총 거수기, 종이호랑이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는데요.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주주권 강화에 나선 배경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장지현 기자, 먼저 스튜어드십 코드, 단어도 어렵고, 생소한 분들 많을 텐데 의미와 도입 배경은 무엇인지부터 간략히 짚고 넘어가죠.

▷<장지현 / 기자>
'스튜어드(steward)'는 우리 말로 집사라는 뜻인데요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처럼, 국민연금 같은 기관 투자가들이 가입자 재산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 투자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는 등 주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행동지침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의 원인 중 하나가 기관투자자들이 투자회사에 대한 위험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란 반성에서 출발했는데요.
      
2010년, 영국을 시작으로 일본, 캐나다 등 20여 개 국가에서 도입하고 있습니다.
                   
▶<신현상 / 진행자>
사실 스튜어드십 코드 이야기가 나온 지 꽤 됐습니다.

국내에서는 언제부터 논의가 시작됐나요?

▷<장지현 / 기자>
국내에서 스튜어드십 코드는 2014년 말, 신제윤 당시 금융위원장이 처음 도입을 추진했는데요.

2015년 2월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위원회가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초안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기업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민간으로 주도권이 넘어가면서 2016년 12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최종안을 확정했습니다.

52개 국내 기관투자자가 도입을 했습니다.

▶<신현상 / 진행자>
그럼 이번에 국민연금이 도입을 전격 결정하게 된 배경은 뭔가요?

▷<장지현 / 기자>
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삼성물산의 1대 주주였던 국민연금은 합병이 기금 운용에 불리했는데도,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찬성했다는 사실이 추후 알려지면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급물살을 타게 됐습니다.
                
당시 합병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수조원에 달하는 경영권 승계 비용을 절감했지만, 국민들의 노후 자금은 약 3000억 원대의 피해를 입게 됐는데요.

국민들의 노후자산을 잘 굴려서 수익을 내야 할 국민연금이 오히려 정치적인 외압에 휘둘려서 손해를 끼쳤다는 반성이 전격 도입에 도화선이 된 셈이죠.

▶<신현상 / 진행자>
그렇군요.

사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시장의 큰손, 공룡으로 불릴 정도로 영향력이 상당하단 말이에요?

그런데도 소극적인 행보로 ‘주총 거수기’라는 비판을 면치 못해 왔어요?

▷<장지현 / 기자>
네, 지난 4월 말 기준 국민연금이 운용하는 자산은 635조원인데요.

이 가운데 국내 주식 시장에 21%, 130조원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총에서 대기업들의 잘못을 견제하기보다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주총 거수기, 종이호랑이라는 오명을 갖게 됐는데요.
                        
실제로 최근 5년간 국민연금의 반대의결권 행사 비율은 10% 안팎이었습니다.

특히 횡령·배임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재벌 사주의 사내 이사 재선임 안건 등 민감한 사안에서 기권하거나 중립 의사로 몸을 사리는 경우가 많았다는 지적입니다.

▶<신현상 / 진행자>
사실 대표적인 사례가 대한항공 갑질 논란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사태로 주가가 떨어지면서 주주들이 피해를 입고, 오너 일가 경영퇴진 운동까지 일었는데요.

사실상 이런 오너 일가의 전횡을 견제할 장치가 없었죠?

▷<김완진 / 기자>
네, 대한항공 지배구조를 보면 최대주주가 지주사인 한진칼인데요. 

한진칼은 조 회장 17.84% 등 오너 일가족과 특수관계인들이 28.96%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분 규모는 3천800억원 정도로, 대한항공 시가총액 약 3조2500억원의 11%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대한항공 지분은 조 회장만 0.01%를 갖고 있을 뿐, 나머지 가족들은 전혀 보유하지 않고 있는데요.

조 회장 등 총수일가가 지주회사인 한진칼을 통해, 0.1% 지분도 안되는 소수 지분으로 대한항공을 쥐락펴락하는 구조입니다.

▶<신현상 / 진행자>
그렇군요.

그래서 경영진의 전횡을 견제하라고 사외이사가 있는 건데요.

이런 사외이사도 제대로 기능을 못한 거죠?

▷<김완진 / 기자>
네, 현재 대한항공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5명으로 총 9명으로 구성되는데요,

총수 일가 등 사내이사를 견제해야 할 사외이사들은 사실상 조양호 회장 측근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조 회장의 매형이 만든 법무법인 직원 두 명과, 대한항공과 거래관계를 맺었거나 친분이 있는 법무법인 관계자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난 2015년에는 조 회장의 퇴직금을 50% 올리는 안을 승인하는 등 거수기 역할을 해왔고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이사회 안건에 반대 의견을 낸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자연히 사주일가 경영퇴진 운동이 거세도 경영 일선에서 끌어내리기는 힘든 구조인 거죠.
     
▶<신현상 / 진행자>
그래서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나서야 한다는 국민연금 역할론이 거셌고 실제로 액션을 취하기도 했어요?

▷<김완진 / 기자>
네, 지난 6월 초,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일탈행위와 관련해 해결 방안을 묻는 공개서한을 보냈는데요,
           
대한항공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한 줄의 답신만 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민연금의 첫 주주권 행사로 관심을 모았지만, 총수 일가의 경영 퇴진이란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진 못한 거죠.
                       
하지만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제한적이지만, 경영 참여의 길이 열린 만큼 앞으로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경영권 박탈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입력 : 2018-08-04 09:20 ㅣ 수정 : 2018-08-04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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