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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큰 몸집, 날렵한 움직임 ‘레인지로버 스포츠’

우형준 기자 입력 : 2018-08-14 17:33수정 : 2018-08-1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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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지로버 스포츠 모델을 타고 서울 상암동에서 파주 마정리까지 자유로 100km를 왕복 주행해봤다. 시승차는 3.0디젤 엔진에 웬만한 옵션이 다 들어간 최상위 ‘오토바이오그래피’ 모델로, 가격만 1억5천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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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시리즈 하면 강을 건너고 바위를 뛰어넘는 ‘오프로도 강자’로 알려진 차다. 하지만 아스팔트 천지인 서울 강남에서 가장 많이 보인다. 궁금했다. 강남에서 굳이 저런 차를 탈 필요가 있는지.

먼저 크기는 4.9m로 현대차 싼타페(4.8m)보다 10cm 정도 더 길다. 실내 공간을 좌우하는 휠베이스 역시 2.9m로 싼타페(2.8m)보다 길지만 뒷좌석 레그룸은 좁게 느껴졌다. 두꺼운 시트에 뒷좌석 시트를 더 눕힐 수 없고 뒤로 갈수록 차체가 낮아지는 쿠페형 디자인이 이유 같다. 일반 레인지로버와 비교하면 휠베이스는 같지만 10cm 짧다. 트렁크가 더 작다는 얘기다.

차 측면은 뒤로 갈수록 날렵하게 떨어지고 후면은 엉덩이를 치켜든 모습이다. “막 달릴 준비가 돼있다”는 사인 같다.

차를 타고 조금만 달려보면 이 차가 왜 인기 있는지 알게 된다. 질 좋은 가죽이 온 몸을 감싸 편안하다. 디젤이지만 덜덜거리는 소음은 들리지 않는다.

아스팔트 위를 매끈하게 달린다. 스포츠 모델답게 서스펜션이 단단하게 셋팅돼 있다. 방지턱을 넘을 때 출렁거림 대신 딱딱함이 느껴진다. 제원상 제로백은 7.3초로 2톤이 넘는 거구 치고는 빠른 편이다. 속도를 꽤 내도 딴딴한 차제가 흔들림 없이 나아간다. 차체가 큰데다 문짝도 두껍기 때문에 믿음이 간다. 가솔린 터보 모델의 폭발적인 힘은 없지만 디젤 특유의 토크가 액셀을 끝까지 밟아도 차를 계속 밀어준다. 참고로 최대 마력과 토크는 각각 306hp, 71.4kg.m다.

주행모드는 에코와 컴포트 모드 밖에 없다. 스포츠 모델인데 ‘스포츠’ 모드가 없다. 라인업 다양화 차원에서 레인지로버보다 더 짧은 모델을 따로 냈다고 보면 된다. 역동적인 주행을 원한다면 수동 기어 전환 후 패들시프트를 사용하면 된다. 방향지시등은 시퀀스, 즉 물 흐르듯 깜빡여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이미지실내로 가보자. 디지털 방식의 계기판과 두 개의 터치스크린으로 나뉜 센터페시아가 눈에 들어온다. 레인지로버 ‘벨라’에서 처음 접한 터치형 센터페시아가 적용됐다. 미래에서 온 차처럼 화려했다. 위쪽 화면에는 내비게이션이 뜨고 각종 차량 설정을 할 수 있고 아래 쪽 화면은 주행모드와 온도, 시트 설정을 할 수 있다. 다만 일일이 메뉴 버튼을 누른 후 세부 설정을 해야 해 직관성이 떨어지고 화면에 지문이 묻어난다.

시트는 무려 20가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데 너무 세세해 세팅이 귀찮을 정도다. 광활한 파노라마 선루프와 깨끗한 음질의 메리디안 스피커도 운전의 즐거움을 더했다. 콘솔박스 안에 미지근한 커피캔을 넣어두고 냉각기능을 켜놓았더니 시원한 커피가 됐다. 여름엔 필수 기능 같다.

수입차 불만 중 하나가 내비게이션인데 ‘티맵’을 미러링해 쓸 수 있게 했다. 스마트폰에 '랜드로버' 앱과 'JLR T map'을 설치해 연결하면 10인치 화면에 맞게 길쭉한 티맵이 나온다. 큰 화면으로 시원시원하게 내비를 쓸 수 있다는 데 박수를 보내고 싶다. 다만 스마트폰 화면이 꺼지면서 문자메시지, 카카오톡이 오는 지 알 수 없고 스마트폰으로 다른 작업을 하면 내비화면이 꺼져버린다. 전화는 받을 수 있다.

트렁크는 제원상 752리터까지 채울 수 있다. 트렁크 폭이 좁아 골프백을 가로로 실을 순 없고 비스듬히 실어야 하는데 보스턴백 포함 4세트까지는 충분히 수납이 가능해 보였다.

레인지로버에 어울리지 않는(?) 기능도 들어갔다. 반(半)자율주행기능이다. 앞차에 맞춰 내 차 속도와 거리를 조절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다. 차선도 인식해 차선을 벗어나지 않게 핸들도 조절해준다. 고속국도에서의 인식률은 좋았지만 좁은 국도에서는 차선을 인식하지 못했다. 브레이크를 꽉 밟았다 떼도 차가 멈춰있는 ‘오토홀드’가 빠져있는 것도 아쉬웠다.

내친 김에 SUV 시승회의 단골장소인 경기 연천군의 비룡대교 근처의 바윗길을 가볼까 하다 포기했다. 오프로드 주행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겠지만 휠과 범퍼의 스크래치를 피할 수 없다. 이런 길을 위해 만든 차지만 1억 넘게 주고 이 차를 산 차주들 역시 울퉁불퉁한 바윗길을 반기지 않을 것 같다.

공인 연비는 10.7km/L(복합 기준)이며 도심과 고속에서 각각 9.6km/L, 12.5km/L다. 자유로 왕복 100km 동안 약 13km/L의 연비가 나왔다. 도심에선 한 자리 수 연비가 불가피하겠지만 주말 일찍 뻥 뚫린 길을 달린다면 꽤 괜찮은 수준의 연비다. 

입력 : 2018-08-14 17:33 ㅣ 수정 : 2018-08-1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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