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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디지털의 노예였다] 1. 관리 부실이 ‘화’ 불렀다

서주연 기자 입력 : 2018-12-01 09:05수정 : 2018-12-0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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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파일

▶<신현상 / 진행자>
KT 지하 통신구 화재로 IT강국이라는 대한민국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모든 것이 정보 통신으로 연결되는 세상, 초연결사회에서 불씨 하나가 남긴 파장이 큰데요. 

이번 사태를 부른 원인부터 짚어 보겠습니다.

서주연 기자, KT에서 운영하는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 화재가 이번 사태를 불렀는데요.

지하통신구는 어떤 기능을 하는 곳인가요?

▷<서주연 / 기자>
네, 지하 통신구는 광케이블이 지나가는 통로인데요.

사람으로 비유하면 심장에서 나온 피를 온 몸에 뿌려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정보 통신 기술의 모세혈관이라고도 합니다.

광케이블 안에는 유선과 무선 인터넷 선과 인터넷 전화선, 인터넷 TV 선이 들어 있고 카드 결제 정보도 오고 가는데요.

지하 1층 통신구 화재로 아현지사가 관할하는 서울 서대문구와 마포구 등 5개구와 경기도 고양시 일부 지역 가입자들이 모든 통신 수단이 끊기면서 그야말로 세상과 단절된 듯한 혼란을 경험하게 된 겁니다.

▶<신현상 / 진행자>
듣고 보니 상당히 중요한 시설인데요.

이렇게 중요한 시설인데도 달랑 소화기만 한 대 있었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황당해 할 정도였습니다.

이번 화재와 같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관리가 너무 허술했던 게 아닌가요?

▷<이광호 / 기자>
말씀하신 대로 이번 화재현장에는 소화기만 달랑 한 대 있었고, 스프링클러는 아예 없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소방시설이 부족해도 법을 위반한 게 아니라서 개선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었다는 겁니다.

현행 소방법에는 관로 길이가 500미터 이상인 경우에만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 돼 있는데요.

KT 아현지사 통신구 길이는 150미터에 불과해서 소방시설 설치 의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소방법을 현실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홍영표 /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11월 26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 소방법 규정에 허점이 있다면 법을 바꿔서라도 국가 기반시설에 준하는 수준의 화재 재난 대비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신현상 / 진행자>
단순한 화재 사고인데도 이렇게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온 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백업 시스템, 우회 설비가 없었기 때문인데요.

왜 아현지사엔 이런 시스템이 없었던 건가요?

▷<서주연 / 기자>
네, 정부는 통신시설을 중요도에 따라 A, B, C, D 4등급으로 분류하는데요.

등급 기준은 통신국사가 전국망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에 따라 결정됩니다.

현행법에는 전국 단위의 서비스에만 백업 시스템을 갖추도록 의무화 하고 있는데요.

KT 아현 지사의 경우 D등급 시설로 분류돼 백업 체계를 갖출 의무가 없습니다.

따라서 이번 화재 사고처럼 통신망이 손상돼도 우회설비인 백업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겁니다.

▶<신현상 / 진행자>
그런데, 이번 화재사고처럼 통신망이 망가지면 통신 대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아무리 일부 지역을 관할하는 곳이라지만 백업 시스템이 없어도 된다는 기준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많아요?

▷<서주연 / 기자>
맞습니다.

이 기준은 지난 2000년 여의도 공동구 화재사고 이후에 만들어진 건데요.

당시엔 유선전화기와 2G폰, 그리고 무선 호출기와 PC통신 정도를 사용하던 2G 통신망 시대였습니다.

모든 일상이 인터넷과 모바일로 연결되는 지금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할 수 있죠.

게다가 KT가 2015년부터 경영 효율화를 이유로, 지사 수를 줄이고 기능을 강화하면서 아현지사는 몸집이 커졌습니다.

하지만, 관리 등급은 여전히 백업 시스템이 없어도 되는 D등급을 유지했는데요.

여기엔 안전 관리에 손을 놓은 과기정통부의 책임도 크다는 지적입니다.

[김연학 / 서강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 지금 시설이 많이 이관되고, 지사가 커졌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거 기준으로 분류됐거든요. 정부도 정기적으로 점검한다든지 해서, 업그레이드를, 등급 분류를 다시 해야 하는데 정부도 놓친 것 같고요.]

KT 역시, 비용 문제를 이유로 백업 시스템 설치에 소극적이었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오성목 / KT 네트워크부문 사장 : 백업한다는 건 굉장히 통신구에 많은 투자가 수반이 되고 그래서 그 부분은 아직 저희가 만들지 못했습니다.]

한마디로 정보통신 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했는데 안전관리 수준은 18년 전에 머물러서 통신대란은 예고됐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신현상 / 진행자>
KT 아현지사 처럼 백업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곳이 전국적으로 얼마나 되나요?

▷<서주연 / 기자>
전국 D등급 통신시설은 총 835곳인데요.

이 가운데 약 70%가 서울·인천·경기도를 제외한 지방에 위치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역별 D등급 시설 개수를 보면 전라도가 총 148곳으로 가장 많았고요.

이어 경상도 141곳, 경기도 132곳, 서울 90곳, 강원도 64곳, 부산 60곳, 충청도 56곳 등의 순이었습니다.

통신사별 D급 통신시설은 KT 354곳, LG유플러스 187곳, SK텔레콤 131곳 순으로 나타났고요.

KT는 전체 D등급 통신시설 중 약 42%를 차지했습니다.

▶<신현상 / 진행자>
그렇군요.

백업 시스템 부재로 경찰서나 국방부도 통신 장애 피해를 입었습니다. 

따라서 국가적인 차원의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죠?

▷<이한승 / 기자>
네, 이번 화재로 화재 현장 인근 경찰서의 112 통신 시스템과 병원 전산망, 무인경비 시스템 등도 한때 마비를 겪었고요.

119 신고 전화가 먹통이 돼 70대 여성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까지 발생하자, 국가 재난안전 통신망을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가 재난안전통신망은 대형 재난이 발생했을 때 소방이나 경찰, 응급의료기관 등이 별도로 사용하는 통신망인데요.

지난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논의가 시작됐지만 최근에서야 사업자가 선정됐습니다.

예산만 최대 1조7천억 원이 필요해서 예산 순위에서 계속 뒤로 밀리면서 이제야 사업을 추진하게 된 겁니다.

▶<신현상 / 진행자>
그렇군요.

그리고 이번 같은 비상사태 때 이동통신 3사가 공동대응을 했더라면 사고 파장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은데요. 

왜 이런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을까요?

▷<이한승 / 기자>
공동대응 시스템이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피해가 확산되지 않았을 텐데요.

유영민 장관도 통신사 CEO들을 만나 공동대응을 당부했는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유영민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11월 26일 통신 3사 CEO 긴급소집 간담회) : 통신구의 안전 강화와 백업 체계 구축 등 통신 재난 대응과 예방에 대해서 정부와 통신사들은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엄중한 마음으로 같이 만들어나가야만 됩니다.]

하지만 통신사마다 시스템도 다르고 소비자 정보도 공유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 공동 대응 시스템이 마련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입력 : 2018-12-01 09:05 ㅣ 수정 : 2018-12-01 09:16

서주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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