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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형의 '화해 편지'…진정성 의심만 받은 '자충수'

조슬기 기자 입력 : 2019-01-11 14:34수정 : 2019-01-11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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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수 년 동안 경영권 분쟁을 해온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화해를 하자는 내용의 편지를 지난해 모두 네 차례에 걸쳐 동생에게 보낸 사실이 최근 알려졌습니다. '아키오(昭夫·동빈)에게'라고 시작되는 일본어 자필 편지에는 일본 롯데는 신동주 본인이 담당하고, 한국 롯데그룹은 동생 신동빈 회장이 경영하는 것으로 합의해 경영권 분쟁을 종식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편지의 주요 내용을 신 전 부회장 측에서는 일종의 화해 제안이라고 설명합니다. 신 전 부회장이 장남으로서 아버지(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자)가 돌아가시기 전에 경영권 문제를 정리하고 싶어 하는 일종의 의무감이라는 설명입니다. 아울러 동생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한국 롯데를 동생의 책임 하에 독립시켜 한·일 롯데가 양립하는 구조로 안착시켜 그간의 경영권 분쟁을 종식시키고 상호 간섭하는 일이 없도록 만들자는 게 신 전 부회장의 입장이라는 거죠.

하지만 이 편지를 순수하게 화해를 제안한 편지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신 전 부회장이 그동안 일본 롯데 홀딩스 이사회와 종업원지주회 등 이해관계자들을 상대로 공세와 회유를 반복하며 경영권 탈취를 시도해왔던 건 온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신 전 부회장은 주주총회를 통해 현 경영진을 해임하고 본인을 포함한 새로운 경영진을 선임해야 한다는 제안을 수차례 해왔지만 5차례에 걸친 표 대결에서 번번이 패하며 현 경영진으로부터 외면 받았습니다. 특히, 지난해 6월 주총의 경우 신 회장이 구속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경영진과 종업원 모두의 신뢰를 얻지 못한 신 전 부회장은 지루한 법정 다툼 등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내비치려 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던 셈이죠. 결국 신 전 회장이 택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은 동생에게 직접 손을 내미는 것밖에는 없었을 겁니다. 신 회장이 구속 수감된 직후부터 보낸 네 통의 화해 편지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편지를 받은 신동빈 회장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일단 답장은 하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롯데그룹 측도 진정성이 없다며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신 전 부회장이 여전히 경영권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건데요. 하지만 본인이 경영권을 가져가야 한다는 주장이 무색할 정도로 신 전 부회장은 롯데그룹 성장에 기여한 바가 없습니다. 지난 30여 년간 일본 롯데에서 일하면서도 성과를 내지 못해 주주들의 신뢰를 잃었고 동생과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그룹의 위기를 책임지려는 오너의 모습도 찾기 어려웠습니다. 롯데그룹이 신 전 부회장에 대해 '개인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회사'와 '상법 절차에 따라 움직이는 회사'의 차이를 여전히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신 전 부회장이 주장하는 것처럼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를 분리해야 하는 큰 결정은 특정 주주 개인의 의지에 따라 좌우될 수 없을 뿐더러 이사회·주총 등 상법상 적법한 절차를 따라야 하는 게 상식이기 때문입니다.

재계 안팎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고심 끝에 내린 마지막 화해 편지 카드가 무위에 그쳤고 심지어 신 전 부회장 본인에게 더 이상 남은 무기가 없다는 것을 드러낸 자충수가 됐다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당장 경영 능력만 놓고 보더라도 동생인 신 회장과 경쟁에서 밀리는 마당에 궁여지책으로 꺼내든 카드인 화해 편지마저 외면 받은 만큼, 신 전 부회장은 경영권 회복을 위한 동력을 상실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제 유일하게 남은 건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지분 정도입니다. 동생인 신 회장이 본인에 비해 일본 롯데 지분이 적다는 점을 활용해 여전히 반전을 도모할 수도 있겠지만, 일본 내에서도 이제는 자신보다는 동생의 손을 들어주고 있습니다. 어쩌면 신 전 부회장의 이번 화해 편지가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그룹 경영권으로부터 더욱 멀어지는 결과를 낳았다는 사실을 본인도 알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입력 : 2019-01-11 14:34 ㅣ 수정 : 2019-01-11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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