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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는 사람만 아는 ‘로또’ 보류지 아파트…“제도 개선 필요”

오수영 기자 입력 : 2019-01-18 19:54수정 : 2019-01-18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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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재건축이나 재개발 단지마다 '보류지'라는 걸 설정해놓고 사업이 완료되면 서울시 조례에 따라 조합이 공개 입찰로 일반분양한 뒤, 조합원들에게 수익을 나눠주도록 되어있는데요.

도시정비법에는 일반분양 '할 수 있다'고만 돼있어, 이를 악용해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이를 조합장 등 특정인들이 사려고 했다가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수억 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노린 겁니다.

오수영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서울 홍은동의 한 아파트 단지입니다.

2017년 말 입주를 시작했는데 1년이 넘은 지금까지 텅 빈 아파트가 두 채나 있습니다.

조합이 설정한 이른바 '보류지' 아파트입니다.

보류지란 분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조합원간 법적 분쟁 등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남겨두는 일종의 사업예비비와 같은 개념의 주택입니다.

재개발·재건축 아파트에서는 전체 세대 수의 1% 정도를 보류지로 남겨두는데, 이 물량이 남으면 공개 입찰로 매각하라는 게 서울시 조례입니다.

하지만 이 아파트의 조합장과 총무이사는 공개 매각 절차를 무시하고 개인적으로 매입을 추진했습니다.

분양 당시 가격으로 산다면 수억 원의 시세 차익을 남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뒤늦게 이같은 사실을 알게된 조합원들이 민원을 제기했고, 지난해 10월 서울시와 서대문구청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나서야 매입을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해당 아파트는 공개 매각 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습니다.

[홍은12구역 주택 재개발 조합장 : 더 이상 그에 대한 답변 하고 싶지도 않고 구청에서 임의적으로 (일반분양하라고)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도 대응하고 싶지도 않아요.]

올해 전국 재건축·재개발 아파트는 모두 20만 가구가 공급될 예정입니다.

이 가운데 1%인 2천여 가구가 보류지 아파트로 설정될 텐데, 이 가운데 몇 곳이 이런 식으로 거래될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SBSCNBC 오수영입니다.   

<앵커>
취재를 한 오수영 기자와 좀 더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앞서 본 사례 외에도 보류지 아파트를 둘러싼 논란이 또 있나요?

<기자>
네, 비슷한 사례가 지난 2016년 부산에서도 있었는데요.

앞서 보신 사례와 마찬가지로 주택 재개발 사업이 종료된 뒤 공개 매각해야 하는 보류지 아파트 6채를 조합장이 지인들에게 조합원 분양가로 특혜 공급했습니다.

집을 산 사람들은 1인당 8000만 원씩의 시세차익을 가져갔는데요.

이 사건으로 조합장 등은 업무상 배임혐의로 지난해 10월 경찰에 입건됐습니다.

<앵커>
단순 계산으로 시세차익을 더하면, 여섯채니까 조합원들에게 나눠줘야하는 4억8000만 원의 수익을 특정인들이 가로챈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보류지 아파트는 조합의 재산이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경쟁 입찰을 받아서 팔아야 합니다.

최대한 비싸게 팔아야 전체 조합원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조합장 지인이나 심지어 본인이 싸게 사겠다는 것 자체가 조합에 손실을 끼치는 행위인 겁니다.

전문가의 말, 들어보시죠.

[최황수 /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 : (조합장이) 고생했다는 데 대한 보상 심리가 저간에 깔려있을 거예요. 그래서 (임의 매각이) 여태까진 있었는데 지금은 그래서도 안 되고 예전에 그렇게 했던 것도 정당한 건 아니었다고 평가하죠. 계속 관행처럼 이어진다면 비리·배임의 소지도 분명히 있으니까…]

<앵커>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이는데요?

<기자>
네, 먼저 이렇게 깜깜이 분양이 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일단 서울시의 조례는 보류지 처분 규칙을 '일반분양해야 한다'고 명시했지만 도시정비법에는 '일반분양할 수 있다'고 돼있어서, 혼동의 여지가 있습니다.

'해야 한다'와 '할 수 있다'는 분명이 다른 말이죠.

그래서 전문가들은 도정법 또한 '일반분양해야 한다'는 '강행규정'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얘기 들어보시죠.

[함영진 / 직방 빅데이터랩장 :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서울) 전체 물량의 60%는 공급되고 있기 때문에,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 도시 및 주거환경 조례를 개정한다든지 아예 도정법에 보류지와 관련된 처분 방법을 좀 더 명확화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올 한 해 이렇게 나올 보류지 아파트가 2000가구나 됩니다.

웬만한 대형 아파트 단지 수준인데요.

정부가 무주택자 우선 정책을 펼치고 있으니, 공개적으로 일반 분양을 통해 무주택자가 우선적으로 사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입력 : 2019-01-18 19:54 ㅣ 수정 : 2019-01-18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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